
새로 입주한 집의 거실에서 쓸 가습기를 새로 샀다. 방식부터 여러 가지를 따졌다. 초음파식은 백분(미네랄 가루)이 가구와 TV에 쌓이고 위생 관리가 번거로워 제외했다. 가습량이 적은 제품은 벽 없이 열린 거실과 다이닝, 주방 공간을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고 봤다. 가습량과 탱크 용량, 필터 손질의 편의까지 고려한 끝에 고른 것이 다이니치 HD-LX1025다. 집 근처 ケーズデンキ에서 필터까지 포함해 32,500엔으로 싸게 샀다.
가습기를 들인 뒤에 하고 싶었던 것은 켜고 끄는 것의 자동화였다. 정해진 시간에 켜지고, 쓸 시간이 끝나면 꺼지게 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생각했다. 스마트 플러그에 연결하고, 사용할 시간에 전원을 켜면 되겠지. 그런데 HD-LX1025의 설명서를 확인해 보니 이야기가 달랐다. 전원을 넣는다고 자동으로 운전을 시작하는 제품이 아니었고, 운전 중에 전원을 강제로 끊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 결국 스마트 플러그 대신 적외선 스마트 리모컨을 사용하기로 했다.
다이니치 HD-LX1025, 와이파이는 없다
HD-LX1025는 하이브리드식 가습기로, 표준 가습량은 시간당 960mL, 탱크 용량은 7.0L다. 거실에서 사용하기에 충분한 크기다. 아쉬운 점은 와이파이가 없다는 것. 예약 운전은 본체 타이머로 설정할 수 있지만, 외출 중에 원격으로 켜거나 원하는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운전하려면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처음 떠올린 것이 스마트 플러그였다.

스마트 플러그가 안 되는 두 가지 이유
첫째, 전원을 공급해도 가습기가 자동으로 켜지지 않는다. 스마트 플러그로 전원을 켜더라도 HD-LX1025는 그대로 멈춰 있다. 전원 공급과 운전 시작은 별개다. 실제로 가습기를 작동시키려면 본체 스위치나 적외선 신호로 운전을 시작해야 한다.
둘째, 운전 중에 전원을 끊으면 안 된다. 이쪽이 더 중요했다. HD-LX1025는 운전을 멈춘 뒤에도 약 20초 동안 팬을 돌려 내부를 식힌다. 설명서에도 운전 중이거나 정지 직후에 전원 플러그를 뽑으면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다. 스마트 플러그로 전원을 차단하면 이 과정이 중간에 끊길 수 있다. 게다가 타이머나 차일드록 등의 설정도 전원이 끊기면 해제될 수 있다. 켜는 것도 제대로 되지 않고, 끄는 방법도 좋지 않다. 스마트 플러그를 이용한 자동화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Tapo TH11로 적외선 신호를 등록했다
대신 사용한 제품은 TP-Link Tapo TH11 스마트 리모컨이다. 적외선 신호를 학습한 뒤, 앱에서 원하는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HD-LX1025는 본체 앞면의 습도 표시 패널을 통해 적외선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다. 설명서에 별도의 신호 등록 절차가 있어서 이를 이용했다. 등록 과정은 다음과 같다.
- 가습기가 정지한 상태에서 본체의 「切タイマー」 버튼을 3초 동안 누른다.
- 삐삐 소리가 나고 화면에 「On.」이 표시되면 신호 등록 모드에 들어간 것이다.
- Tapo 앱에서 커스텀 학습 기능을 열고 새 버튼을 만든다.
- TH11을 가습기 표시 패널 가까이에 놓고, 본체의 「入タイマー」 버튼을 눌러 적외선 신호를 전송한다.
- 등록을 마칠 때는 「切タイマー」 버튼을 다시 3초 동안 누른다. 삐 소리가 나면 종료다.
등록한 신호를 앱에서 보내 가습기 표시가 약 3초 동안 깜빡이는지도 확인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HD-LX1025는 켜기와 끄기가 하나의 토글 신호로 동작하지 않는다. 켜기 신호와 끄기 신호가 별도로 존재한다. 따라서 Tapo에도 켜기와 끄기 버튼을 각각 등록했다. 모드나 습도 설정 역시 별도의 신호를 사용하므로, 필요한 기능은 각각 학습시켜야 한다. 이렇게 해 두면 현재 상태를 추측하면서 같은 버튼을 두 번 누를 필요 없이, 켜기 신호와 끄기 신호를 구분해서 보낼 수 있다.
전원을 끊는 대신, 신호를 예약한다
이제 자동화는 Tapo 앱에서 설정하면 된다. 정해진 시간에 켜기 신호를 보내고, 사용할 시간이 끝나면 끄기 신호를 보낸다. 가습기의 전원은 계속 공급하되 운전만 제어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운전 종료 후 냉각 과정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전원 차단으로 본체 설정이 풀리는 문제도 피할 수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TH11에 학습시킨 커스텀 버튼은 구글 홈 등 다른 앱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 Tapo 앱 안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생각하는 편이 낫다. 또한 적외선은 신호를 보내기만 할 뿐, 기기가 실제로 명령을 실행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가습기가 켜져 있는지, 꺼져 있는지 앱에서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뜻이다. Tapo 바로가기나 장면을 이용해 켜기와 끄기를 구분해 두는 방법도 있지만, 앱에 표시된 상태가 실제 가습기의 상태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Tapo 자동화만으로 운용하고 있다.
실제로 사용할 때 알아둘 점
몇 가지는 설치하면서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 와이파이: TH11은 2.4GHz 와이파이를 사용한다.
- 설치 위치: 적외선 신호가 가습기 표시 패널에 도달하도록 가급적 정면에 놓는다. 학습이 잘되지 않으면 TH11을 패널 가까이 가져가 다시 시도한다.
- 물 보충: 탱크에 물이 없으면 원격으로 켜도 정상적으로 가습할 수 없다. 외출 전에 물이 충분한지 확인해야 한다.
- 가습 시간: 7.0L 탱크를 표준 가습량인 시간당 960mL로 단순 계산하면 약 7.3시간 분량이다. 실제 사용 시간은 운전 조건과 소비량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마지막 두 가지는 자동화할 때 놓치기 쉽다. 켜는 시간과 끄는 시간을 잘 설정해도 물이 없거나 원하는 시간보다 일찍 소진되면 자동화의 의미가 줄어든다.
스마트 플러그를 사기 전에 설명서부터
정리하면 이렇다. 스마트 플러그는 전원을 켜고 끄는 장치일 뿐, 모든 가전을 원격으로 조작하게 해 주지는 않는다. 자동으로 시작하지 않는 제품, 정지 후 냉각이 필요한 제품에는 맞지 않는다. HD-LX1025는 전원을 그대로 두고 적외선으로 운전을 제어하는 편이 맞았고, 덕분에 스마트 기능이 없는 가습기도 원하는 시간에 켜고 끌 수 있게 됐다. 스마트 플러그를 사기 전에, 기기가 어떤 방식으로 켜지고 꺼지는지부터 확인할 일이다.